한 번 잃은 시력, 왜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안구 운동이나 특정 영양제 섭취를 통해 나빠진 시력을 다시 예전처럼 되돌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력 저하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인체의 많은 장기들이 손상 후 세포 분열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과 달리, 눈은 한 번 손상되거나 변형되면 본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성(Irreversibility)’이라는 뚜렷한 해부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안경이나 렌즈를 벗고 온전한 맨눈의 시력을 회복하는 것이 왜 과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지,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근본적인 이유를 파헤쳐 봅니다.
![]() |
| 시력검사 |
1. 시력이 돌아올 수 없는 3가지 의학적·해부학적 이유
1-1. 늘어난 안구는 수축하지 않는다: 안축장의 영구적 변형
현대인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시력 저하의 원인은 ‘축성 근시(Axial Myopia)’입니다. 이는 눈앞에서 망막까지의 길이, 즉 ‘안축장’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면서 초점이 망막 앞에 맺히는 현상입니다. 눈을 둘러싼 흰자위인 공막 조직은 안구가 길어지는 과정에서 얇아지고 팽창합니다. 한 번 크게 부풀어 올라 얇아진 고무풍선이 바람을 빼도 처음의 작고 탄탄한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한 번 늘어난 안구 역시 스스로 수축하여 본래의 구형으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1-2. 죽은 신경 세포는 재생되지 않는다: 중추신경계(CNS)의 한계
눈은 해부학적으로 뇌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빛을 감지하는 망막과 이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은 말초신경계가 아닌 ‘중추신경계(CNS)’로 분류됩니다. 피부나 뼈와 달리 중추신경계는 한 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시신경 세포가 손상되면 주변의 신경교세포(Glial cell)가 빠르게 흉터 조직을 형성하여 물리적인 장벽을 만들고, 뇌와 시신경 내부에서 재생을 억제하는 화학 물질을 분비하여 끊어진 신경망이 다시 연결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녹내장 등으로 잃은 시야를 되돌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3. 굳어버린 단백질은 되돌릴 수 없다: 수정체 및 모양체근의 노화
투명해야 할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은 산화 스트레스와 자외선 등으로 인해 수정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변성되어 발생합니다. 투명한 날계란을 삶으면 하얗고 단단하게 굳어버리며 다시 날계란으로 되돌릴 수 없듯, 변성된 수정체 단백질 역시 어떠한 약물이나 운동으로도 투명해지지 않습니다. 또한, 거리 감각에 맞춰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모양체근 역시 나이가 들며 탄력을 잃고 굳어지는데, 이로 인해 초점 조절 능력을 상실하는 노안 역시 자연적으로는 역전시킬 수 없는 노화의 과정입니다.
2. 비가역성을 증명하는 최신 연구 및 과학적 근거
2-1. 안구 팽창은 되돌릴 수 없다: 공막 리모델링 연구
근거리에 초점을 맞추는 활동이 지속되면 눈 조직, 특히 공막에 저산소증(Hypoxia)이 유발됩니다. 2018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공막의 저산소증은 HIF-1α(저산소 유도인자)의 발현을 촉진하여 공막의 콜라겐 합성을 감소시키고 분해를 촉진합니다(Wu et al., 2018). 이로 인해 공막 조직의 생체역학적 강도가 약해지며 안구가 팽창하는 ‘공막 리모델링’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은 구조적 고착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조직이 이미 재구성된 후에는 근거리 작업을 중단하더라도 안구 길이가 다시 줄어들지 않음을 의학적으로 증명합니다.
2-2. 시신경은 왜 스스로 회복하지 못할까: 신경 재생 차단 기전 연구
시신경의 비가역성에 관한 신경과학 연구는 내재적 억제 유전자와 미엘린 찌꺼기(Myelin debris)에 주목합니다.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은 중추신경계 재생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억제 유전자인 PTEN을 억제했을 때 제한적으로나마 시신경 축삭이 재생됨을 확인했습니다(Park et al., 2008). 이는 역으로 말해, 자연 상태의 인체는 강력한 유전자 억제 기전과 미엘린 잔해의 방해로 인해 시신경 회복이 절대 불가능함을 시사합니다. 현재 의학계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전자 가위(CRISPR) 기술 등을 연구 중이지만, 아직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많은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2-3. 현대 안과학의 최선, '회복'이 아닌 '방어': 최신 시력 억제 기술
이러한 눈의 비가역성 때문에 현대 안과학의 치료 방향은 손상된 시력의 '회복'이 아니라 안축장 성장의 '방어 및 진행 억제'에 맞춰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술이 DIMS(Defocus Incorporated Multiple Segments) 렌즈와 같은 다중 초점 렌즈입니다. 망막 주변부에 인위적인 근시성 흐림(Myopic defocus)을 유발하여 안구가 더 이상 길어지지 않도록 성장 신호를 물리적으로 억제하는 원리입니다. 홍콩 폴리텍 대학의 3년 추적 연구에 따르면, DIMS 렌즈 착용군은 일반 렌즈 착용군에 비해 근시 진행이 현저히 억제되었습니다(Lam et al., 2020). 이는 시력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나빠지는 속도를 과학적으로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무리하며
- Wu, H., et al. (2018). "Scleral hypoxia is a target for myopia control."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115(30), E7091-E7100. (공막 저산소증 및 리모델링에 관한 연구)
- Park, K. K., et al. (2008). "Promoting axon regeneration in the adult CNS by modulation of the PTEN/mTOR pathway." Science, 322(5903), 963-966. (PTEN 유전자 및 중추신경계/시신경 재생 한계에 관한 연구)
- Lam, C. S. Y., et al. (2020). "Defocus Incorporated Multiple Segments (DIMS) spectacle lenses slow myopia progression: a 2-year randomised clinical trial." 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 104(3), 363-368. (인위적 흐림을 이용한 안구 성장 억제 기술 연구)

댓글
댓글 쓰기